가엾던 기사양반.
서울에서 택시를 탔다.
지하철을 타려고 두리번 거리다 노점상 아주머니께 물었더니
두 정거장을 더 가야된단다ㅡㅡ. 이런.(날씨가 굉장히 추웠다.)
어쩔수 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가자고 했다.
어쭈, 한 술 더뜨는 기사양반 어디까지 가냐고 캐묻더니
뭐하러 지하철 타고 둘러가냐고 그냥 택시타고 가자고한다.
할 수 없이 그러자고 씁쓸한 답변을 날리고
춥기도하고 곤하기도 한 몸을 의자에 편히 뉘였다.
택시를 타니 편하다라는 생각을 할 즈음,
막가는 기사양반 쉴 새 없이 뻥을 늘어놓으며 재잘거리고
기어이 -비-우스며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시작된 뻥은 목적지가 도착할 때까지 그칠 줄 모르고,
택시요금 쭉쭉 올라가는 만큼 신경도 예민해지고 있었다.
일방적인 토크가 계속되었고 이제는 체념하며 도대체 무슨 얘길 그렇게 하는지
한번 들어보자는 심정까지 되었고, 기사양반은 흥분에 쩔어 사사건건 간섭하며
그렇게 서울 한 복판을 내리 달렸다.
그러다 뻥은 지쳤는지 점점 거품을 물며 여기저기 불평을 늘어놓았다.
결국은 종교까지 간섭하며 나에게 불교에 입문해 보는 것이 어떻게냐고 제의까지 한다.
얼마나 웃었는지, 웃다보니 기사양반 같이 웃고 있었다.
그러면서 테잎하나를 꺼내더니 들어보라고 불경까지 들려줬다.
그런데 그렇게 난리법석을 띄는 뒷모습을 쳐다보는 내 마음이 조금씩 가엾게 느껴졌다.
주절주절 나를 전도(?)해대는 기사양반의 시커먼 얼굴과 찌들은 눈빛이
마치 나를 구해달라는 애처로운 손짓과도 같았다.
그리고 도착할 때까지 그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그러나 이내 시선을 피해버린다.
만원이 훌쩍 넘은 요금이 나왔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들고 손에 꼭 쥐어주며
"아저씨 꼭 예수 믿으셔야겠네요..예수 믿으세요." 그렇게 말을 건네었다.
기사양반 대답이,
"네, 할렐루야. 아멘."
우린 웃으면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