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학업의 여정을 마무리 하다.
유치원 어림잡아 3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필리핀 유학생활 1년, 그리고 미국 신학 대학원 4년.
이제 토요일에 있을 졸업식과 함께
길고 길었던 학업의 여정을 마무리 한다.
주위에서는 박사까지 하지 않느냐 권유를 해도
난 전혀 관심이 없다.
무거운 짐을 벗고 새로운 출발의 선상에 서는 이 시점,
그 동안 어울리지도 않는 학업과 사투를 벌이느라
어찌나 힘이 들었는지, 스스로에게 '고생했다' 토닥여 주었다.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나에겐 참으로 큰 은혜가 아닐 수 없다.
필리핀에서의 유학생활까진 별다른 고민없이
주어진 환경에서 주어진 학비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지만
미국에서 보낸 4년의 세월은
정말 눈물없이 견딜 수 없는 수고의 날들이었다.
미국에서의 시작은 부족한 언어실력과 부족한 생활비와
모든 것이 턱없이 부족했던 시간들이었고,
종종 찾아오는 극심한 어려움으로 인해 고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 고비를 넘고보니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던 내 생활에
어느덧 채워짐으로 변해있었다.
지내온 세월의 시간들과 함께
부족했던 언어실력도 어느정도 채워져 있었고,
부족했던 생활여력도 수 많은 손길들로 채워져 있었으며,
무엇보다 미국으로 부르신 소명으로 내 삶이 가득채워져 있음에 넘치도록 감사했다.
내 의지와 상과없이 미국으로 오게 하셨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확연히 드러나는 소명의식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선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이제 학문의 길을 딛고, 더 넓은 세상을 맞닥뜰일 출발 선상에 선 지금,
다시금 큰 호흡을 들어마시고 자세를 더욱 낮춰본다.
이제 남은 건 오직 "전진"뿐이다.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경주하며" (히 12:1)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빌 3:12-14)
"보라 이제 나는 심령에 매임을 받아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저기서 무슨 일을 만날는지 알지 못하노라
오직 성령이 각 성에서 내게 증거하여 결박과 환난이 나를 기다린다 하시나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