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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을 깨다. 본문

2008, 새로운 시작

정적을 깨다.

서신혜 2008. 4. 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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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the cross, the only place where I must be.


이 곳에 온지 아주 오래간만에 맞는 자정이다.
늘상 피곤에 찌들려 11시가 되면 저절로 감겨져 오는 눈꺼풀에 못이겨
결국은 그렇게 쓰려지듯 잠들기 바빴다.

그러나 내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빈 스케줄을 껴안는 감격스런 날이기에
오늘은 동공에 핏대를 세워가며 밤의 기운을 느껴보기로 했다.

내 나이 27.(그래도 여기선 아직 25이다.^^; 구지..따진다.)
이제 이십대를 그저 즐기기에 앞서
조금씩 무언가의 책임감에 대한 짐으로 삶의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끼며,
이제는 걱정없이 웃어대는 웃음은 사라지고
내가 어느덧 어느 한 위치를 매김하고 있고, 또한 매김해야 하는 사실을 일깨울때면
실상 찾아드는 두려움 앞에서 덜컹거리며 내려앉는 심장의 요동이
나를 또 한번 연약한 인간으로 몰아내고 만다.

지금껏 나를 만들어온 27년의 세월은
오늘의 나의 모습을 만드느라 부지런했지만
현실의 잔인한 내 이성은 그 세월의 결과를 비참하게 난도질하기 바쁘다.
하지만 세월의 묵묵함은 현실의 버거움마저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잊지 않는다.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이제는 하나, 둘 씩 독립되어져야 하고
그로부터 나의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 깃들게 할 쉼이 필요한 자들을 껴안고
더 나아가 또 다른 울타리의 모형을 선사함으로 생애를 마감함이
단지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남,녀의 결합으로만이 아닌
내 생애를 이끄시는 나의 근본적 신랑과의 결합으로 완성되기를
인생의 27번째의 페이지에서 다시금 소망해본다.

고요하며 요동하지 않는 정적이 흐르는 밤,
찰칵찰칵 시계 바늘의 움직임과 탈칵탈칵 자판의 두드림만이
내가 깨어있음을 현상으로 대변해 주지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그래서 더 안타깝고 간절한 내 마음의 소리는
밤의 정적을 깨고, 나를 일깨워
다시금 내가 가야할 방향에 나를 놓아줄때면
나는 그렇게 밤을 깨우는 자이어야 함을 목놓아 결단케 된다.